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10개월동안 운영하면서 느낀 것들
올해 초 가상화폐 투자가 유행하면서 코인 시세 1초만에 보는 크롬 확장 프로그램 만들기 라는 글을 작성했고, 가상화폐 관련 확장 프로그램을 크롬 웹 스토어에 게시했습니다.
중간에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느라 업데이트를 2-3개월 정도 안하긴 했지만, 꾸준하게 사용해주시는 유저분들 덕분에 꾸준히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초기 버전이 꽤 쓸만했기 때문에 유저분들이 계속 재방문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브리아나는 브라우저 사용 중 단축키를 눌러 가상화폐 시세를 모니터링하는 확장 프로그램입니다.
원래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같은 플랫폼에서 앱을 서비스를 하는 게 웹에 비해 단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앱 검수도 받아야 하고, 애플의 경우엔 매년 돈도 내야 하고, iOS 안드로이드 양쪽 다 고려해야하고 등등.. 제약이 많기 때문이죠.
웹스토어는 모바일 앱스토어보다는 제약이 좀 적고 익숙한 웹 기술로 배포가 가능해서 좋기는 하지만, 어쨌든 가이드라인에 맞춰 검수를 받아야하고 즉시 배포가 안된다는 점은 역시나 큰 단점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에 의존해서 서비스를 했을 때 얻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앱 노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웹사이트는 직접 홍보하지 않는다면 유저가 자연 트래픽으로인해 방문할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검색 엔진 최적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사이트에 방문하는 유저들이 늘어나야 조금씩 검색 순위가 올라가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비트코인 시세나 가상화폐 시세라는 검색어를 구글이나 네이버에 검색했을 때 제 웹사이트를 발견해서 방문할 확률이 있을까요?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방문은 커녕 검색 순위가 밀려 노출 자체도 되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브리아나의 경우 딱히 홍보를 하지도 않았고, 친구 초대같은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지도 않았는데 2,000 다운로드가 넘었습니다. 아마 웹스토어 검색창에 비트코인을 검색했을 때 관련 앱이 몇 개 안나오니까 홍보 없이 다운로드가 계속 늘어났던 것 같습니다.
현재 70%의 트래픽이 네이버 웨일 스토어에서 유입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구글 웹스토어는 얼마 전 확장 프로그램 최신 개발 버전인 버전3를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다른 브라우저들은 아직 지원이 안됩니다. 네이버 웨일 개발자 포럼을 보면 개발 CS팀이 답변을 열심히 달아주시기는 하는데 아직까지 버전3를 배포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구글은 버전3로 개발된 확장 프로그램에 대해서 더 높은 검수 우선순위를 제공하기 때문에, 다른 브라우저들도 얼른 지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분이 웨일 개발자 포럼에 올린 MV3 관련 질문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위해
그 동안 받았던 많은 피드백을 통해, 저는 이 앱이 더 많은 유저들이 필요로 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앱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그냥 앱을 사용하는 10명의 유저보다, 브리아나를 좋아하는 1명의 유저를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앱을 운영하면서 여태까지 가장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 기능이 있는데, 바로 단체 채팅방 참여하기 기능입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앱 런칭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UI 위치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참여 버튼을 앱 가장 하단에 꽤 크게 배치했습니다. 안그래도 화면 좁아 죽겠는데 크게 배치했던 건 유저들이랑 소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의견을 자주 주시고, 브리아나를 좋아해주시는 40명의 유저분들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단톡방에서 정말 많은 피드백을 주신다
하지만 서비스 측면에서는 유저들에게 불편함을 제공했던 적도 꽤 많았습니다.
분명 내 컴퓨터에서 개발할 땐 잘 작동하던 프로그램이, 꼭 검수 승인이 되고 배포가 되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정말 짜증났습니다. 물론 100% 제 잘못입니다.
확장 프로그램은 검수-승인 구조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버그가 수정된 버전을 바로 배포하지 못하다보니 1점 짜리 리뷰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리뷰로 인해 다음 버전을 배포할 때 조금 더 신경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데이터 분석
구글 애널리틱스를 통해 데이터를 보면서 정말 재밌었던 건, 주로 평일 업무 시간에 사용량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서비스를 기획할 때 가상화폐 투자하는 직장인이 메인 타겟이었고, 나름 타겟층에 맞게 서비스를 잘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직장인들이 출근을 하지 않는 공휴일에는 사용량이 매우 적은데, 크게 문제라고 보진 않습니다. 지금은 직장인들을 위한 기능 위주로 개발 중이기도 하고, 이후 매매와 관련된 기능들을 도입하면 평일과 공휴일의 사용량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용량이 공휴일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모습
다음은 재방문(Retension) 입니다. 제가 이 서비스에 시간을 좀 더 써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 이 수치 때문입니다. 8월 550명이 사용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다시 방문했습니다.
수천 명의 유료 구독자를 보유한 Lenny가 작성한 What is good retension을 읽어보면, 일반 SaaS 서비스의 재방문률이 40%라면 좋고 70%라면 훌륭하다고 언급한 부분이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 수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소통과 업데이트를 자주했던 9월에 방문률과 설치 수가 꽤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아, 활성화를 위해 꾸준한 소통과 업데이트는 필수인 것 같습니다.
수익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돈을 벌고 싶을겁니다. 하루에 만원이라도 좋으니 일단은 벌어야 서버 비용도 내야하니까요.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이 되기도 할 거구요.
저 역시 이 프로젝트를 처음엔 제가 사용하려고 만들었지만, 혹시나 잘되면~? 하는 마음은 당연히 있었습니다.
지금 서비스 중인 대부분의 가상화폐 시세 앱들은 거래소를 제외하면 모두 광고 배너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저는 정말 많은 유저들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광고로 수익화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 비즈니스 모델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상태로는 앞으로도 배너를 넣을 공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
그래서 다른 SaaS 서비스처럼 유료 기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요금제 비교
유튜브 프리미엄도 9,500원인데 9,900원이면 좀 비싸지 않나?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코인 투자자들은 하루에도 몇 십, 몇 백만원을 잃고 따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도 경험했기 때문에 오히려 월 만원이면 저렴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료 플랜을 출시하면서 앱 버전을 1.0 으로 올리고, 본격적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타겟 광고는 비용도 많이 들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닐 것 같아서 바이럴로 집행할 생각입니다. 뭐 그래봐야 상시 진행하는 친구 초대 이벤트죠.
마무리
초기 앱 활성화, 고객 경험, 데이터 분석과 수익화라는 소주제로 나누어 그 동안의 서비스 운영 경험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다 작성하고 나니까 생각보다 별 내용이 없네요. 아무래도 돈 버는 얘기가 빠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개발이나 디자인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은 건 코인 시세 1초만에 보는 크롬 확장 프로그램 만들기 포스팅에 대부분 정리해두었기 때문입니다. 관련 내용이 궁금하시면 한 번 읽어봐주세요.
어쨌든 앞으로 수익화가 이루어진다면 2탄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