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회고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블로그 글을 많이 작성하지 못했다. 상반기에 회사에서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 해가 너무 빨리 가버린 것 같다.

사진첩을 뒤지면서 올해의 기억을 다시 상기해야겠다.

새 프로젝트

현재 재직 중인 회사 엑스엘에이트는 기계 번역하는 회사다. 주로 영화/드라마의 초벌 번역을 해주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엔지니어링 리소스가 이 소프트웨어 도구에 집중되어있다.

영화/드라마 번역을 자주 하다보니 우리 엔진은 구어체에 특화되어있다. 그렇다보니 자막 번역 뿐만아니라, 기계 통역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올해 초 Zoom이나 Google Meet 같은 화상회의 플랫폼을 실시간으로 통역해주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나 혼자서 이 제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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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원리는 간단하다. 회의 주소랑 말할 언어, 통역할 언어 3개를 넣으면 해당 미팅에 봇이 들어가서 음성을 듣고 웹사이트에 내용을 실시간으로 번역한 내용을 보여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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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지나간 대화, 오른쪽은 실시간 대화를 보여준다.

근데 처음부터 이 모양새를 갖춘 건 아니다. 아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Zoom의 앱스토어인 Marketplace라는 게 있다. 처음에는 여기에 앱을 만들어 배포를 했다.

Zoom 앱이라고 해봤자 웹사이트를 렌더링해주는 게 전부이기는 하지만, Zoom의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개발을 해야하다보니 상당한 개발 의존성이 있었다. 그리고 Zoom의 개발자 도구는 정말 사용하기 어렵고 설명도 부족했다. 그리고 Zoom으로부터 앱을 검토받고 승인되기까지는 한 달 정도가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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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마켓플레이스에 번역 관련된 키워드를 넣고 앱을 배포하니까 자연 유입은 많이 되었다. 예전에 작성했던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10개월동안 운영하면서 느낀 것들에서도 언급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케팅에 돈 쓰지 않고 현재 8,000명이 가입했고, 지금도 이 채널을 통해 꾸준히 유저가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도 대부분의 기능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니, 사용해보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사용해보시길.

EventCAT - Realtime Interpreation for Online Meetings

지금은 마켓플레이스 앱 특성 때문에 생기는 제약 사항이 있어서 더 이상 개발하지 않지만, 처음 6개월간 정말 힘들었다. iOS 앱이나 안드로이드 앱은 레퍼런스라도 많지 Zoom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Zoom Marketplace 앱을 개발하려는 분이 있다면 정말로 말리고 싶다. (아니면 저한테 상담 받고 시작하세요 제발)

팀 이끌기

아무튼 유저들이 워낙 이 제품에 관심이 많다보니 하반기에는 메인 프로젝트로 전환했고, 개발자 2명이 더 충원되었다. 자연스럽게 나는 팀 리드가 되었다.

개발이나 커뮤니케이션 실력이 아직 모자라다고 생각해서 팀 리드를 하고 싶진 않았지만, 원래 나는 팀 이끄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해서 부담스럽진 않았다.

친구들과 모임할 때도 주도적인 편이고, 의경 생활할 때도 선임 분대장을 하며 동료들을 통제하는 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무언가 이끌 때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크게 불평하지 않고 잘 따른다고 느낀다. 그래서 팀을 이끄는 역할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게 됐다.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팀을 이끄는 것은 처음이라 나를 매니징해주시는 Tim, Ted를 최대한 따라하려고 노력했다.

우리 회사는 동료들과 시차도 있고 주로 원격 근무로 일을 하기 때문에 매일 30분씩 미팅하고, 페어 프로그래밍을 자주 진행하며 팀원들과 합을 맞춰나갔다.

상반기에 줌 앱 만들면서 혼자 삽질을 너무 많이했더니 웬만한 것들은 어려움 없이 금방 개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팀원들과 격주로 1on1 미팅을 하며 개인적인 얘기도 하고 친밀감을 쌓아나갔다.

그래서 요즘은 회사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다만 팀 리드가 되며 최근에 생긴 걱정이 하나 있다. 회사 동료의 절반은 외국인이기도 하고, 고객과의 미팅을 영어로 진행하는 경우가 작년보다 잦아졌다.

작년까지는 지금 정도로도 일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어서 영어로 고생하진 않았는데, 중요한 말을 못알아듣거나 구체적인 질문과 답변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영어를 좀 더 잘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 내가 시도 중인 것은 인스타그램에 영어 공부 피드를 올리는 계정들을 많이 팔로우를 해두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키면 항상 메인 피드에 영어 작문/회화 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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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단어를 몰라서 말을 못하는 것 보다는, 충분한 문장 패턴을 익히지 못해서 말을 못하는 경우라고 생각해서 이런 피드들이 자주 노출되게끔 해두었다. 간단해보이는데 모르는 것도 많이 나오고, 아는 건데도 실제로 말하기 까지 오래걸리는 걸 훈련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오토바이

작년 회고에 새 오토바이 샀다고 올렸는데, 사실 이미 그 때 다른 오토바이가 눈에 들어와서 주문을 해 둔 상태였다. 근데 그걸 얼마 전에 받았다. 거의 1년 걸렸다.

혼다 슈퍼커브 C125라는 제품이다. 이전에 가지고 있던 것과 같은 라인인데 상위 모델이다. 비슷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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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상용 차이고, C125가 거의 2배 더 비싸다. ABS와 스마트키가 추가되었고 안그래도 좋은 연비가 더 좋다. 제원상 70km/L이다. (연비 만큼은 진짜 미친 것 같다.)

승차감은 노면 진동이 거의 안느껴질 정도로 좋다. 너무 만족하며 타고 있어서 아직까진 다른 오토바이가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ㅋㅋ)

기존에 가지고 있던 건 여자친구가 인수했다. 지금은 추워서 자주 못타지만, 날 좋을 때는 자주 같이 타고 다녔다.

가을에 날 좋을 때 오토바이 타는 친구랑 강원도도 다녀왔다. 1박 2일로 다녀왔는데 진짜 재밌었다. 중간에 쉬는 것 포함해서 6시간쯤 걸리더라.. 근데 다시 생각해봐도 1박 2일 일정은 너무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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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서피비치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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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로 가니까 차들도 별로 없고, 중간에 진짜 길도 예뻤다. 다음엔 전라남도나 부산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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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엔화가 너무 많이 싸져서 일본에 여행가고 싶어서 올 여름에 4박 5일로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후쿠오카는 10월에 가장 날씨가 좋다길래 휴가를 좀 늦게 갔다.

아직 엄청 많은 나라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내 여행의 만족도를 엄청 높여주는 가장 큰 요소는 물가였다. 베트남 다녀왔을 때도 음식 너무 맛있는데 가격이 싸서 좋았는데, 일본도 가성비있게 놀다 왔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유후인 지역의 료칸에 묵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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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은 후쿠오카에서도 꽤 멀리 떨어진 곳이다. 고속버스로 2시간 쯤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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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은 현지인들도 휴양지로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고 한다. 도착해보니 내가 일본 만화에서 자주 보던 시골 풍경의 한적한 도시였다. 중간에 길이 일자로 쭉 이어져있고, 앞쪽에 유후산이 크게 보이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걸으면서 판타지 만화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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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이 좋았던 점은 석식, 조식과 온천이 모두 제공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생맥주와 맥반석 계란도 공짜였다. 하루 35만원쯤 했던 것 같은데, 돈이 정말 아깝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싸다는 생각을 해서 여기 때문에라도 일본에 다시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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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 조와요!)

치아 교정 끝

얼마 전에 드디어 치아 교정이 끝났다. 2년 걸렸고, 너무 만족한다. 더 일찍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치아가 애매하게 반듯해서 어릴 때 아예 교정 할 생각을 못했다. 차라리 상태가 적당히 심하면 교정을 어릴 때 했을텐데..

근데 교정 장치를 떼고나서 알게된 사실이 있는데, 교정이 끝나도 치아는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힘이 강해서 교정이 끝나더라도 탈부착 가능한 유지 장치를 계속 껴야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잘 때라도 매일, 평생 껴야한다는 것이었다. 시작 전에는 얘기 안해주더니 끝나니까 알려줬다. 미리 알려주면 안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미리 알았더라도 난 했음)

그래서 주변에 치아 위치를 많이 조정한 분들 중에 유지 장치 꾸준히 안해서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간 분들이 꽤 많았다.

아무튼 그 동안 매 달 치과 갔는데, 이제 반 년에 한 번만 가면 된다.

건강검진

올해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다. 몰랐는데 직장인들은 2년에 한 번은 무조건 받아야 한다길래 급하게 예약해서 검진 받았다.

병원에서 워낙 많은 사람들을 처리해야하다보니 극도로 효율화된 공장식 프로세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원래 오전 7시에 오라고 되어있었는데, 일부러 30분 일찍갔다. 그래서 일찍 끝났다.

수면 내시경도 처음해봤다. 수면 마취가 처음이라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별 감흥 없었다.

다만 대장 내시경 때문에 3일 전부터 밥 제대로 못먹고, 검진 전날 이상한 음료 엄청 마시는 게 괴로웠다. 음료 1L + 물 2L를 2번에 나누어 순식간에 위에 때려박는데, 이것도 양이 줄은거라 그래서 그 전에는 사람들 대체 이걸 어떻게 한거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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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검사 결과 못 받았는데, 대장에선 특별히 이상 없었다는 얘기만 들었다. 별거 없길.

정리

요즘 남자 뒷머리 기르는 게 유행이라 한 번 길러봤는데 다들 머리 너무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앞으로 한 동안은 계속 이 머리를 유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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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에 간장게장을 시킨다는 게 간장게장 용 게를 시키는 바람에 집에서 간장게장도 담궜다. 사먹는 것 보다 훨씬 맛있게 되어서 게를 왕창 주문해서 또 담궜다. (근데 게 손질이 너무 귀찮아서 또 안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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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종종 친구집가서 카탄하는데 이것도 재밌다. 의경 생활할 때 이 보드 게임을 알게됐는데 내가 친구들한테 다 알려줬다. 정치질하는 맛으로 게임하는 데 다들 기회 되면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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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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